산악스키위원회

산악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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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태수 작성 19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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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0051453.jpg" 겨울비가 대관령 정상까지 적셨던 2월 14일, 대관령 삼양목장 매표소에서 6km 올라간 소황병산 임도(林道) 입구를 찾았다.‘알프스 지방에서나 탈 것 같은’산악스키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맥시멈(Maximum) 300명이라는 열악한 국내 산악스키 저변에서도 나름대로 ‘선수 소리를 듣는’ 세 명의 스키어를 불러모았다. 2004년 세계산악스키선수권대회 한국 대표로 출전했던 홍석민 씨(39), 소황병산 구릉에서 주말마다 홀로 산악스키를 즐긴다는 아웃도어 강사 이지호 씨(39) 그리고 10년 가까이 알파인스키 강사를 해오다 올해부터 산악스키로 종목을 바꾼 정우준 씨(37). 세 사람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산악스키가 가능하다’는 호언장담과 함께 서둘러 차에서 장비를 내렸다.


“산악스키 장비는 최대한 가벼워야 합니다. 플레이트, 부츠, 크램폰(부츠 아이젠) 모두 알파인 장비에 비해서 훨씬 가볍죠. 산악스키를 타려면 다운힐에 앞서 장비를 신고 산에 올라가야 합니다. 짐이 무거우면 가다 쓰러지죠. 안전 장비도 꼭 챙겨야 합니다. 눈삽과 아이젠, 망원경도 있으면 좋죠. 산에는 패트롤이 없으니까요.”

국가대표 선수답게 경기용과 일반용 산악스키 장비를 모두 싣고 온 홍성민 씨가 트렁크에서 장비를 내리며 설명을 시작한다.

“그래서 산악스키는 체력과 활강 기술 모두 필요해요. 북유럽의 노르딕 선수들은 스키를 신고 산으로 올라가는 것은 선수죠. 하지만 활강 능력이 떨어진단 말이에요. 반대로 알파인 선수들은 스키 기술은 좋지만, 힘이 없어서 산에 올라가지를 못해요. 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야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는 거죠.”

산악스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플레이트 바닥에 스키 실(Ski Seal)을 붙인다는 것이다. 스키 스킨(Ski Skin)이라고도 하는 실은 스키를 신고 등행(登行)을 할 때 스키가 뒤로 밀리지 않도록 제동하는 장치다. 스키플레이트의 밑바닥이 거의 덮일 정도로 합성 소재의 실을 붙이는데, 산악스키를 즐기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장비다.
체력과 활강 기술의 조화가 중요
복장은 프리스타일이다. 다만 디자인보다는 운동성을 우선하면서 혹한에 견딜 수 있는 기능성을 따진다. 방한 내의를 착용하고, 방수 방풍 기능이 우수한 오버트라우저 팬츠와 고어텍스 재킷을 받쳐입는 게 일반적이다. 거기에 비상식량과 안전용품을 담은 배낭을 메니, 해외의 유명 아웃도어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훌륭한 산악스키 모델이 탄생했다.

소황병산은 대관령 서북 사면에 놓인 산으로 일대에서 가장 눈이 많고 오래 가는 곳이다. 산악스키를 탈 정도의 눈이 쌓이려면 1월 말 이후부터 가능한데, 그래서 요즘 소황병산에 가면 홀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드디어 선수들이 소황병산 임도를 벗어난 구릉에 들어섰다. 눈은 발목 위까지 제법 쌓였지만,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무겁고 바닥은 이미 질퍽거릴 정도.

‘썩은 눈’ 상태 때문에 일행은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불확실성이 바로 산악스키의 맛”이라는 이지호 씨의 호령과 함께 모두 구릉 위로 전진했다.

산악스키의 보행법이 진행 중이다. 산악스키의 바인딩은 부츠의 앞부분은 고정돼 있고, 뒤꿈치는 노르딕스키처럼 떨어져 있다. 때문에 걸을 때마다 뒤꿈치가 들리게 되고, 마치 올림픽의 노르딕 선수처럼 양팔을 지치면서 앞으로 달려나가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눈에 푹푹 빠져 도저히 달려갈 수가 없다. 금방 땀이 줄줄 흐른다.

“이게 정말 힘든 스포츠거든요. 완전 다이어트죠. 제가 얼마 안 되는 산악스키 마니아들과 종종 유럽 투어를 나가는데, 모객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다음번에는 투어 콘셉트를 다이어트로 잡을까 생각 중입니다.”

홍석민 씨의 넉살좋은 해설. 맞는 말이다. 직접 해보니 북유럽의 거구들이 왜 노르딕스키를 잘 탈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간다. 장딴지와 허벅지를 단련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운동이다.

산악스키란?
진정한 알피니즘 구현
산악스키의 역사는 곧 스키의 역사다. 스키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북유럽의 구릉 지대에서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텔레마크 스키가 발전했다. 이러한 스키가 알프스 산악 지역으로 넘어오면서 산악스키의 모습을 점차 갖추기 시작한다. 이후 근대적인 등산 활동이 보급되기 시작한 19세기 말부터 눈 덮인 알프스 지역에서 가장 효율적인 등반 수단이 된 것이다.

초기의 스키는 오늘날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유사한 형대로, 적설량이 많은 알프스 산악 지역의 경사면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형태였다. 오늘날의 알파인스키 장비가 다운힐 기능만을 강조하는 데 반해, 초기의 스키는 다운힐 못지않게 오르는 기능이 중요시 되었다.

산악스키는 인공 제설 장비와 압설 차량으로 잘 다듬어진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가 아니라 정확히 자신의 힘으로 올라간 만큼만 즐길 수 있는 정직한 스포츠다. 여기에 산악스키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매력, 1월 말부터 3월 초가 시즌
푹푹 빠지는 눈을 딛고 기를 쓰며 첫 번째 눈 구릉에 올라섰다. 아뿔싸, 첫 번째 구릉 위로는 눈이 녹아 스키를 탈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 전날까지 눈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지만, 간만에 내린 비로 눈밭은 누런 초지가 되어 있었다. 소황병산 산악스키를 타기엔 이미 틀린 상황, 눈이 남아 있는 둔덕에서 등행과 다운힐을 맛보는 수준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다운힐 또한 쉽지 않다. 등산화를 신으면 무릎 근처까지 빠지는 눈, 스키 플레이트 또한 한 뼘 넘게 빠졌다. 당연히 턴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눈이 있는 구간이 적어 속도를 붙일 수 없기 때문에 눈 속에 파묻힌 플레이트는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소황병산에서 여러 차례 산악스키를 탄 적이 있는 이지호 씨는 나름대로 턴을 하며 내려온다. 역시 현지 적응력이 중요하다.

“스키가 자꾸 눈 속에 빠지잖아요. 그러니까 상체를 띄워줘야죠. 전체적으로 몸이 떠 있을 때 턴을 하는 거예요.”

말로는 쉽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랴. 스키 강사를 10년 넘게 했다는 정우준 씨는 다운힐을 할 때마다 질척거리는 눈 속으로 처박힌다.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이런 것도 재미있다”며 “리조트 슬로프였다면 창피했겠지만, 우리밖에 없는데 뭐가 대수냐”며 눈 속에 파묻혀서 깔깔깔 웃어 댄다.

한나절 동안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알피니즘 맛보기로는 손색없는 경험이었다. 국내 환경에서 산악스키 시즌은 1월 말부터 3월 초가 적당하다. 스키 타기에 적당할 만큼 눈이 쌓이기 때문이다.
산악스키 장비
스키 실(Ski Seal) 산악스키가 리조트스키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등행(登行)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키를 신고 산을 올라가려면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스키 실. 실의 표면은 털이 한쪽으로만 누워 있어 한 방향으로는 잘 미끄러지지만, 반대 방향으로는 미끄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전진할 때는 글라이더(Glider)가 가능하고, 후진할 때는 설면에 대한 그립 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스키 플레이트(Ski Plate) 일반 산악스키 플레이트의 무게는 1250~1350g, 경기용은 1000g 남짓이다. 바인딩에 스키 플레이트를 붙인 채 산을 걸어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가벼울수록 좋다. 최근 산악스키 플레이트는 알파인 장비의 카빙 디자인을 받아들여 폭이 넓어지는 추세다. 길이는 자신의 키 정도가 적당하다. 가격은 알파인 스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보통 70만~80만원대가 많이 쓰인다.
부츠(Boots) 생김새는 알파인부츠와 비슷하다. 이중화 형태로 종아리 부분까지 올라오고, 보행과 활강 모드로 조정이 가능해지는 등 기능이 다양해졌다.
바인딩(Binding) 바인딩의 뒷부분은 등행 시 경사도에 따라 각도를 맞추어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질브레타, 다이나피트, 디아미르가 있으며, 다이나피트(Danafit) 바인딩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다이나피트의 장점은 가벼운 무게.
스키 폴(Ski Pole) 산악스키 폴은 강도가 중요하다. 또한 등반이나 하강 시 사면의 경사도에 따라 길이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크램폰(Krampon) 스키 실도 소용 없을 정도의 단단한 빙설면에서 등행이 어려울 때 사용한다. 바인딩에 고정돼 리프팅할 때 함께 따라 올라오도록 설계돼 있다.



산악스키에 관한 Q&A
장비, 어디서 살 것인가?
국내에서 산악스키를 살 만한 곳은 많지 않다. 산악스키가 보급된 이래 여태까지 팔린 스키를 다 합해도 500여 대라고 하니 수요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지 않음은 당연할 것이다. 국내에서 산악스키를 수입·판매하는 곳은 베네상사가 유일하다. 02-515-8848 www.garmin.co.kr

어디서 탈까?
국내 환경에서는 탈 만한 곳이 많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탈 수 없는 곳도 없다. 잡목이 많은 국내 산에서 스키를 탈 만한 곳은 대관령 정도. 그러나 눈만 있다면 한라산, 덕유산, 소백산에서도 가능하다. 국내에 처음 스키가 보급되던 일제시대 산악스키의 메카는 금강산이었다고 한다.

어디서 배울 것인가?
배울 만한 곳이 많지 않다. 대한산악연맹 산악스키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산악스키 지도자 강습회가 거의 유일하다. 동계 시즌이 2회 정도 열리며, 매년 20~30명이 수강한다.

산악스키대회도 있나?
대한산악연맹 산악스키위원회가 주최하는 산악스키대회가 올해(2월 18~19일)까지 3회째 열렸다. 참가자 수는 100명 남짓.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 산악스키대회는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기록을 가지는데, 바로 대회 시작 시간이 새벽 4~5시라는 것. 1회 대회부터 줄곧 용평리조트에서 열리는데, 이 시간이 아니면 스키리조트의 슬로프를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f_01.gif" editor 김영주 photographer 곽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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