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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2구간 산행기 (글쓴이 초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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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제2구간(2006. 5. 20~21 9시간 40분)


성불교 - 형제봉(861) - 월출재 - 깃대봉(858) - 미사재 - 신선바위 -
갓꼬리봉 - 마당재 -갈매봉 - 죽청재 - 농암산(476) - 솔재

도상거리 20.3km 순정맥거리 18.3km


2002년 백두대간과 2003년 한북정맥 몇 구간을 마지막으로
대간, 정맥은 영원히 졸업한다며 잊고 산지 몇 년이다.

불현듯 한돌님의 정맥종주 제의를 받고 망가진 체력과 정신력,가정사에 고민하게 되고
끝내 고행의 길을 결심하게 됐다.

오로지 정맥과 대간만을 종주한다는 ‘인천산클럽’에서는
호남 24구간 금호남 6구간까지 총 30구간으로 나누어 종주한다고 한다.

‘인천산클럽’은 다른 산꾼들의 입에서 여러번 들었고,
산속 비표로도 낮 익은 이름이지만 실로 인연이 없기에…

정맥을 걸어가는 사람들 ‘인천산클럽’과 합류해 오랜만에 호남정맥 길에 오른다.

호남정맥이 뭔지…
첫발을 내딛었으니 알고는 가야지…

백두대간 전라도를 끝으로 온전히 전라남북도만을 누비는 산줄기로
섬진강 자락을 끼고 둘러쳐 있다는데,

도상거리 총 462km로 이중 금호남정맥 63.3km를 제외하면 순수한 호남정맥은 398km라 한다.
그중 오늘 걸어야 할 길이 대략 20km이다.

일찍부터 시작한 덕에 산행경험은 많이 쌓였지만 체력, 정신력과 싸워야 하는
대간이나 정맥 길은 항상 긴장되고 부담스러운 산행이다.

새벽 4시 15분부터 성불교 주차장에서 형제봉까지 오르막을 시작으로
오늘 예정된 9시간의 첫발을 내딛었다.

좋은 날씨 덕에 별빛이 총명한데…
바쁜 일상사 핑계로 묻어뒀던 산행만큼이나 랜턴불빛 또한 희미하다.

답답함을 감수하며 한 시간여 불을 밝히고 계속되는 오르막에 진땀을 흘린다.
전에 없었던 요동치는 심장박동소리, 두근거림 등 가쁜 숨이 예사롭지 않은 게
우려했던 대로 몸 상태가 좋질 않다.

하긴 그동안 체력관리를 전혀 안 했으니 초반부터 무리가 오는 건 당연하다.
오늘은 일정표대로 9시간에 정신력과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

형제봉으로 가는 정맥줄기 들머리까지 처음 2km 오르막이 고비라던
총무님의 안내 멘트를 기억에 떠올리며…

중간 중간 숨을 몰아쉬며…
형제봉직전 능선 정맥줄기 들머리에 도착하니 1시간이 소요됐다.

한숨 돌리고 중간 팀 출발하고, 인원점검을 하니 나를 포함 모두 6명이다.
자연스레 후미 팀으로 결정되는 순간이다.

이제부터 완만한 지능선길이 이어진다.
우측에서 동이 트는 모양이다.
랜턴 없이도 시야가 훤하다.

우거진 숲 사이를 헤집고 나오는 일출을 카메라에 담아보려 시도해 보지만
좀처럼 여의치 않다. 순식간에 햇님은 나무위에 걸쳐지고…

상쾌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후미팀 얼굴이 점점 익숙해지려 한다.

회장님, 유현님, 산사랑님, 한돌님, 시라소니님과
9시간동안 힘을 나누며 산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직은 체력이 많이 남아있어서인지 모두들 여유가 있어 보인다.

호남정맥은 대간길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봉우리들로 연결돼 있어
동네 야산을 지나는듯한 느낌이다.

진초록 녹음을 자랑하는 5월의 숲속 길을 싱그런 아침 공기를 마시며 신나게 걷는다.
시원한 아침 바람이 가슴속을 후련하게 해 준다.

모든 이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
무박산행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등산하기에 가장 좋은 이 시간대에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새벽산행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서울근교산행을 하며 많은 인파에 시달리던 때에 비하면 정맥, 대간 산행은
힘은 들지만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어 더없이 좋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 몇 개를 넘으며…
아침이슬을 머금은 산취가 지천으로 깔려있는 게 보이고,

어딘가 묻혀 있는 산 더덕이 진한 향기를 풍기는데…
열심히 취나물을 뜯는 유현님만이 분주한 모습이다.

깃대봉까지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짙은 녹음에 취하는 것도 잠시...

지금부터는 벌레와의 싸움이다.
모자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신경 쓰이게 했던 파란벌레를 시작으로
산행 끝까지 연두색 벌레와 싸워야 했다.

금새 옷자락에 붙는가 싶더니 배낭, 머리, 어느 곳 가리지 않고 붙어 다니며
오금을 저리게 한다.

그동안 많은 산행을 했지만 이토록 벌레가 많았던 기억도 없는 것 같다.
간혹 뱀과 만나서 기절할 번한적도 있지만 벌레가 이리 많은 산은 처음이다.

나뭇잎보다 붙어있는 벌레들이 더 많은 것같이 여겨지고
어떤 나무는 앙상한 뼈만 남아있는 것도 있다.

산이 이지경인데 지자체 관계자들이 방역이라도 해야 되는건 아닐지…
잠깐 물이라도 마시려 한숨 돌리자면 벌레들이 떨어지는 바람에

마음대로 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온통 벌레에 신경 쓰다 보니 산행길이 더 지루해 진다.

깃대봉을 지나 신선바위까지 오르막이 이어진다. 신선바위에서 아침식사를 약속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오르막 두 번째 고비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그동안 무방비 상태로 방치해 뒀던 몸과 마음이 너무 늙어버린 모양이다.
오르막 보행이 이리 안 된다면 앞으로 정맥 종주하긴 틀린 것이다.

비지땀을 쏟아내며 호흡조절을 하다 보니 신선바위다.
반반한 신선바위에서의 조망이 시원하다.

햇볕이 제법 따가워졌지만 바위에 퍼질러 앉아 쉬어가며
각자 가져온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간단한 행동식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그것도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유현님이 준비해주신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힘을 비축했다.

갓꼬리봉까지 완만하게 진행하다 살짝 암릉구간을 스치고 로프설치구간을 통과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고긴 능선 길을 말없이 걷고 또 걷는다.

오르막, 내리막길을 반복하며 산행시간 7시간을 넘기다보니 체력이 조금씩 소진되는 느낌이다.
지친발걸음에 보기만 해도 깜짝깜짝 놀라고 소름끼치던 벌레에도 점점 감각이 무뎌져 갔다.

연신 쏟아지는 땀과 강렬한 햇빛, 더위와 싸워가며 몸과 마음 모두가 지쳐만 가는데
이쯤에 잠시 쉬어 가는 것도 좋을 듯…

저마다 배낭에서 비상식량을 쏟아낸다. 삶은 계란, 수박, 토마토, 사과 등을 후미팀 산꾼들과 나눠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했다.
지루함을 달래보려 지도를 펼쳐보고 고도와 방향 등을 체크하며 남은 시간을 점검해 본다.

그동안 소홀했던 체력관리 덕에 선두팀과의 보폭차이가 1시간 30분정도 나는 것 같다.
선두팀과의 차이를 좁혀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마음같이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지금부터는 정신력, 인내력싸움이다.
늘 힘겨운 산행인줄 알면서도 또 다시 찾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당재를 지나 50여분정도 진행하다보니 갈매봉 정상이다.
‘어머님 은혜’노랫말을 적은 안내판이 비스듬히 넘어져 있다.

지도를 보니 그림 상 반 이상은 온 것 같다. 마지막 농암산만 정복하면 솔재까지 무난한 길이 이어지고 오늘 산행을 무사히 마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농암산까지 고도 차이는 별로 없지만 워낙 체력이 모자라다보니 마지막 힘을 모두 모아야 했다.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넓은 묘지를 지나 농암산 정상 직전 생수로 목을 축인 뒤 돌아서니 농암산 정상이다.
땀에 범벅이 된 얼굴은 햇볕에 그을려 벌겋고 서걱서걱 소금끼 까지 말이 아니다.

여기서 하산 길을 따라 10여분 내려가니 넓은 임도가 보인다.
뙤약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임도를 힘없이 내려가다 보니 하산 목적지인 솔재 주차장이다.

산행시간을 보니 9시간을 40분이 소요됐다. 예상했던 것 보다 조금 더 걸린 셈이다.

시작할 때부터 걱정을 많이 했던 이번 구간을 무사히 마치며…
좋은 날씨와 심한 고도 차이가 없는 무난한 코스인데 비해

오랜만의 산행인지라 더위, 벌레, 체력과 싸워야 하는 어렵고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래도 별 사고 없이 끝까지 완주하게 돼 다행스럽고
또 새로운 용기가 나는 의미 있는 신행이었다.

또 후미팀 5명(회장님, 유현님, 한돌님, 산사랑님, 시라소니님)과의
산행 내내 추억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내려와서 밴뎅이구이, 삼겹살, 곰취 등 푸짐한 먹거리에 술잔을 기울이며
회원들과 여독을 달랬던 정겨웠던 시간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함께한 인천산클럽 모든 분들의 배려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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